골방경영학 (3) Steady!

골방경영학 | 2008/07/01 00:21 | 라지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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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유행따라


웹2.0 이 '유행'이 되면서, AJAX 가 획기적인 신기술인양 떠받들어지더니 이젠 새로 출시되는 서비스나 소프트웨어에서 AJAX 없는 곳이 없다. UX를 고려하면 별로 효용성이 없어보이지만 어쨌든 RSS 제공은 하고 있고, 무늬뿐인 경우도 많지만 여기저기 OpenAPI 가 속속 생겨난다. 콕 집어서 어디라고 말하면.. 밤새가며 마감시한에 쫓기느라 혈중 박카스 농도가 그게 알콜이었다면 면허취소감일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미안한 소리라서 애둘러 말하고 있지만, 독하게 말해서 근본적인 자세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데 기술만 이것저것 끼워넣어 흉내낸 거품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하기사, 웹2.0 의 실체도 있느냐 없느냐 논하는 때에 기자들 모아놓고 웹3.0이니 웹4.0이니 진지하게 개그하사 수많은 업계 종사자들의 안면 근육을 씰룩이게 해주신 분들도 계시니, 그나마 2.0 놀이로 만족해주시는 높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면 귀여운 것일런지도 모른다.


서론이 살짝 길었는데, 어지간히 둔하신 분이거나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명상을 즐기신 분이 아니라면 보통 이쯤에서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삐리릭~하고 머릿속에 와 닿으셨으리라 생각한다. 요즘엔 이게 대세다! 하는 말에 귀 펄럭이며 우르르 따라가지 말라고, 유행에 흔들리지 말라는 소리다.


인정한다. 이 이야기 되게 뻔하고도 흔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 주제가 다시 이야깃거리가 될까? 알면서 실천이 안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여자분들이 핸드백이며 구두며 신상 만나면 눈을 반짝이는 것 못지않게, 의욕만 넘치는 많은 수의 경영자분들도 왠지 어디선가 새로워보이는 기술이나 컨셉 - 그러니까 비즈니스의 신상을 되게 좋아하신다. 그러다보니 대여점이며 PC방이며, 남들이 '이거 괜찮다더라'고 하는 말에 혹해서 레밍즈처럼 우르르 몰려갔던 싸장님들 얼마나 많으셨던가. 그 결과는 굳이 곱씹지 않더라도, 지금 이시간 어딘가에서는 깡소주의 안줏거리가 되고 있을것이다.


웹은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설마 정신노동이 더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싸이월드가 전설을 남기니, 그 잔향을 좇아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포스트 싸이월드를 외치며 SNS시장에 뛰어들고 있는가. 수없이 많은 신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어느것 하나 이거다 싶게 재미있는 서비스는 눈에 띄질 않는다. 물론, 새로운 SNS 만드는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고민도 없이 몰려간다는 소리는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싸이월드의 망령은 MMORPG 게임에서의 리니지 만큼이나 도무지 성불할 생각을 않고 계시니, 거기에 가위눌린 불쌍한 서비스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우리도?' 하는 거품낀 기대감만으로 들이대는 곳도 많은게 사실이다!


그래도 아집과 신념은 구분해야지


물론, 자신이 그 동안 해 오던 것이 무조건 옳다고 밀어붙이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생명체가 진화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변화와 흐름에 맞추어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어야만 한다. 야후 재팬(Yahoo! Japan)의 경우 적극적으로 오픈아이디를 지원(http://openid.yahoo.co.jp/)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니코니코 동화( http://www.nicovideo.jp/)와 폭넓은 업무제휴를 체결/추진하는 등 시장의 흐름과 변화에 빠르게 발맞추어, 아니 오히려 앞서나가려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각에 따라 욕심에 영토확장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고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일런지는 모르겠으나, 타사 중소(?) 사이트는 여전히 CP취급하며 그저 자신들의 기조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국내 몇몇 대형 포털들의 모습과 견주어 생각하면 말랑한 고무공과 차가운 볼링공을 비교하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다소 포인트는 다르지만 일본의 게임들이, 특히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 한국 시장 진출시 실질적인 현지화(로컬라이징)에 실패하는 사례를 떠올려보면 이러한 시장 적응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그들은 자사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보니 개작에 대해 굉장히 깐깐한데, 심한 경우에는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유지하여 한글로 옮기고자 하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영문으로 표기하면 공히 Alice 인 경우가,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한글로 옮김으로서 '앨리스'가 아닌 '아리스'가 되는 격이다. 작게는 언어의 문제부터 시작하여, 배경지식이나 사회적 문화의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사용성의 괴리로 인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높은 작품성을 갖고도 고배를 마셔야 했던 작품들1 이 있다.


시장의 흐름과 분위기를 읽어 적응하는 것과 유행에 흔들려 가볍게 흘러가는 것의 차이, 즉, 뒤집어 말하면 자신이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한 아집인지 아니면 굳은 신념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어떤 미래를, 목표를 설정하고 꿈꾸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전략론을 통해 말했던 것처럼 전략적 목표를 통해 궁극적으로 나는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 것인가분명히 하고 있는 것인가에서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가치실현이 아닌 현실적인 이해득실이 목적이 된 상태에서 고집하는 특정한 벡터는 아집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 하는 것이 나의 시각이다 2 .


자신만의 영역을, 꾸준하게


나는 네이버 메일(http://mail.naver.com/)도 굉장히 훌륭하게 잘 만들어진 서비스라 생각하지만, 굳이 꼽는다면 다음 한메일 익스프레스(http://hanmail.net/)를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 그 서비스가 달성하고자 하는 본질적 가치와 사용자의 목적에 부합하게 기술을 적절하고도 맛깔나게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서비스들은 어린이가 어른 양복을 입은 것 처럼 기술에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 있는데에 비해, 한메일 익스프레스는 '쫀득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마치 찹쌀떡처럼! 3 특히나 한메일 익스프레스가 기특하고 또 대견한! 것은, 누가 뭐래도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영역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AJAX의 광풍이 몰아친다고 해서 그냥 무분별하게 적용한 모습이 아니라, 분명히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한 서비스인가"에 대한 처절한 자아성찰이 묻어난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혹은 누구나 생각하고 있는 소재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구현하여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새로운 스테이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위젯 영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위자드웍스(http://www.wzd.com/)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블로그와 함께 성장하는 W위젯이나, 누구나 위젯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WZDAPI/오즈 서비스로부터 '위젯'이라는 포장을 통해 참여와 공유의 가치에 방점을 찍고 누구보다 빠르게 혁신을 계속하고 있는 점에서 크게 박수를 쳐 줄 만하다. 왕효근님의 믹시(http://mixsh.com/)는 자칫 메타블로그의 아류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을 넘어 슬로건과 같이 '메타 미디어'로서 다양한 미디어들의 울림을 담아내는 맛깔나는 메가폰이 되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만고만한 도토리 키재기에 빠져 남들이 하는 거에다, 양념만 조금씩 다르게 쳐서 따라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이런 사례들을 들여다보며 잠시 한 걸음 물러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이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보길 바란다. 1801년, 넬슨 제독은 코펜하겐 해전에서 기함에서 휘날리는 퇴각명령을 무시하고 포격을 계속한지 한시간 만에,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덴마크군의 배에 항복의 깃발이 휘날리게 했다. 냉철한 상황판단과 분명한 목표, 가능하다는 믿음과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은 넬슨에게 역사에 남는 승리를 안겨주었음을 기억하라.

뱁새냐. 가랑이 찢어지고 나서 정신차리게.


  1. 대표적으로 대항해시대 온라인, 진삼국무쌍 온라인 [본문으로]
  2. 다만, 이것은 몇 마디 말로 규정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문제다. 생각하기에 따라 결과론적으로 따지게 되기도 하는, 습자지 한 장 정도의 얄팍한 차이가 아닐런지.. [본문으로]
  3. 이와 종종 비교되는 구글의 Gmail은 굳이 비교/대조하고 싶지 않은 것이, 각각 제 나름의 다른 벡터를 가진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메일은 아삭한 깍두기처럼 투박한 듯 하면서 단맛이 배어나온다. [본문으로]
  1. na 2008/07/01 00:48 답글수정삭제

    생각이 긴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중복되어 정리가 안되네요.
    말씀해주신 서비스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정리해봐야 할듯 합니다.
    고민할 꺼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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